나는 짝사랑 선수.
하지만 둘을 한꺼번에 좋아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.
그 프로젝트가 문제였다. 2007년 봄이었다.
그 프로젝트에서 ㅇ군을 처음 만났다.
첫 눈에 그녀석이 좋아졌다.
지금도 그녀석이 잘생겼다거나 멋지다거나 그런 생각은 하지 않지만,
반갑게 인사하던 천진한 표정 뒤로 자신감있고 당당하던 그 느낌이 생생하다.
그때부터 지금껏 좋다, 그녀석.
ㄱ군도 그 프로젝트에서 만났다.
그아이도 첫눈에 마음에 쏙 들었다.
그아이는 뭔가 참 고급스럽게 멋지다.
그래서 좋아하는건 아니지만 암튼 그랬다.
ㄱ군과 첫 관계는 2010년 초.
경험이 만리장성은 되는 그아이와 처음인 나.
나의 처음은 조용히 넘어갔다.
그아이가 많이 배려해주고 조심해준 덕분이었다.
오히려 두 번째에 나는 꽃을 보았으니까.
이래저래 그아이와는 세 번째 관계를 가졌다.
세 번째는 나도 제법 느낌이 왔다.
오럴이라는 새로운 세계도 서로 선물해보았고.
하지만 ㄱ군은 알면 알수록 나를 외롭게 한다.
어리고 잘 생긴 그 아이는 남녀관계에서의 자신감없는 나를 더욱 또렷이 느끼게 한다.
내가 자길 좋아하는걸 알면서도
나를 동정하지도,
나에게 마음이 없는 자신을 미안해하지도,
그렇다고 데면데면해하지도 않는다.
그것이 나는 다행스럽고 좋으면서도 외롭다.
날 챙겨주고 이해해주던 ㅇ군이 생각난다.
"수퍼맨이 되고싶었던 사나이"를 보고 나서 그녀석은 그랬다.
니가 이야기하고싶은게 그 영화에 들어있잖아.
난 정말 감동받았다. 그녀셕, 나와의 대화를 허투루 듣지 않았던거다.
ㅇ군, 너는 날 좋아했어?
"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"이후로 나는 그동안의 착각의 갑옷을 던져버리고 제대로 눈을 떴는데, 친했지만, 나를 좋아한건 아니다.
지금도 전혀 연락없는걸 보면.
이번에 ㅇ군을 만나면 어떻게 될까.
전혀 경험이 없던 나와 그 느낌을 아는 나는 이제 다른 자아다.
여자가 된 내가 그녀석을 만나게 될 그 날.
우린 어떻게 될까.
둘 다 미칠듯이 좋아했다.
죄책감느낄 정도로, 누굴 선택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했다.
짝사랑이라도 양다리면 나쁜거 아닌가. 생각했다.
그치만 어차피 짝사랑인데, 뭐 어떤가 싶다. 지금은.
지금 선택할 수 있는 나의 선택지중에서 내가 제일 행복하다고 느끼는 한가지,
일단 부딪혀보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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